(2006.11.29)
불꽃인가 꽃망울인가.
변하는 것은 무엇이고 남아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이고 나 아닌 것은 무엇인가.
윤이상 선생이 감동에 찬 눈으로 사신도(四神圖)를 더듬어 보던 모습을 상상한다.
(위 팜플렛 오른쪽이 바로 작품 <Images>의 모태가 되었던 강서고분 대묘의 서쪽 신, “백호”이다)
강서고분 대묘, “백호”
강서고분 중묘, “백호”
강서고분 대묘, “현무”
(2006.11.29)
불꽃인가 꽃망울인가.
변하는 것은 무엇이고 남아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이고 나 아닌 것은 무엇인가.
윤이상 선생이 감동에 찬 눈으로 사신도(四神圖)를 더듬어 보던 모습을 상상한다.
(위 팜플렛 오른쪽이 바로 작품 <Images>의 모태가 되었던 강서고분 대묘의 서쪽 신, “백호”이다)
강서고분 대묘, “백호”
강서고분 중묘, “백호”
강서고분 대묘, “현무”
베를린 세계문화의집 <새로운 아시아>(RE ASIA) 전시회
지난 2008년 3월 14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 세계문화의집(Haus der Kulturen der Welt)에서는 아시아의 문화 및 예술을 주제로 <새로운 아시아>(RE ASIA)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5월 18일까지 계속되는 약 두 달의 전시기간 동안 이곳에서는 아시아 예술 및 문화의 새로운 경향들이 미술작품전시 및 학술강연, 그리고 문학축제와 영화상영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종합적으로 조명될 예정이다. 궂은 날씨 그리고 연일 계속되고 있는 대중교통파업에도 개막일인 14일, 그리고 하버드대의 저명한 문화학자 호미 바바(Homi K. Bhabha)의 초청강연이 열린 15일의 양일간 다수의 베를린시민들은 삼삼오오 전시장을 찾았다.
이미 2006년 광주비엔날레의 <뿌리를 찾아서: 아시아 이야기를 펼치다>(Trace Root: Unfolding Asian Stories) 부문을 공동으로 담당하면서 현대에 있어 아시아 미술이 지닌 문맥을 되짚어본 바 있던 두 큐레이터 우흥(Wu Hung)과 샤힌 메랄리(Shaheen Merali)는 이번 전시의 미술섹션에 4인의 한국작가를 포함, 총 23명의 아시아 출신 작가들을 초청하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특히 ‘전형적으로 아시아적인 것’에 대한 서구적 기대 속에서 아시아의 예술과 문화가 과연 어떻게 소비되고 때로는 변형되는지의 과정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타문화(유럽)에 의한 자문화(아시아)의 소비 내지 변형을 단순히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기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의 예에서 보듯이 오히려 그 수용 과정을 패러디 혹은 낯설게하기의 방식으로 재조명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서구 관람객에 반대로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1: 송동(Song Dong),<버리지 말 것>(Waste Not)]
베를린문화의집을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은 중국작가 송동(Song Dong)의 거대한 설치작업 <버리지 말 것>(Waste Not)과 마주친다. 헌 신발과 옷가지, 빈 페트병과 화분들, 오래된 잡지와 포장지들의 군집을 보며 뒤샹(Duchamp)이후 다시 한 번 등장한 ‘일상사물의 예술화’인가하고 쉽게 지나치지 않은 다면 차차 이들이 한 인간이 중국 현대사의 지난 50년간을 살아낸 삶의 면면한 기록임을 결국 깨닫게 된다.
멀리서는 전형적인 추상화로 보이는 화면이 실은 쓰레기로 가득한 제3세계의 실제 모습임을 사진작업 <세상은 부족하다>(The World is not enough)를 통해 보여주는 파키스탄 출신의 작가 라쉬드 라나(Rashid Rana) 역시 큐레이터와의 대담에서 문화의 국제적 교류에 있어 예술가의 적극적 개입과 해석이 필요함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본 전시의 “새로운 아시아(RE ASIA)”라는 표제 및 “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상상”(Re-Imagining Asia)이라는 모토는 이상의 특기할 만한 기획 의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사진2: 호미 바바(Homi Bhabha) 강연회]
다음날 이어진 강연에서도 문화학자 호미 바바(Homi Bhabha)는 문화에 불변하는 본질적인 것이 있다는 입장을 비판하면서 오직 문화를 새롭게 발굴하고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만이 다양한 문화 간의 진정한 이해 및 그를 바탕으로 한 공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사진3: 김수자, <바늘 여자>(A needle woman)]
전시에 참가한 네 명 한국작가들의 작품들은 모두 내면적 깊이의 표현에 있어서 돋보였는데, 특히 책과 물이 가득 찬 어항이라는 두 가지 일상적 소재를 함께 묶음으로써 독특한 효과를 연출한 작가 이기봉(Kibong Rhee)의 작업은 인터뷰에 응한 일반인으로부터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연 중 호미 바바의 찬사를 받기도 한,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김수자(Kimsooja) 의 비디오작품 <바늘 여자>(A needle woman)에서 카메라는 동경, 상해, 델리 및 뉴욕이라는 네 상이한 공간, 거리를 물밀듯 지나쳐가는 군중 속에서 마치 가는 바늘처럼 멈춰 서있는 동양 여자의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가 약속하는 다문화적 삶이 혹여 디아스포라(diaspora)적 삶을 동반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무렵, 전시장을 찾은 한 베네수엘라 출신 예술가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오늘과 같은 전시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참된 세계화라고.
* * *
<새로운 아시아>의 미술전시부문은 23인의 작가 당 1~2편의 작품이 제출된 비교적 작은 규모로 개최되었지만 개별 작품들의 주제적 충실함에 한정해 말하자면 동 전시보다 훨씬 큰 규모로 개최된 2007년 카셀(Kassel) <도쿠멘타>(Documenta)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다. 전시 초반이지만, 아시아 출신이라는 특수한 문화적 배경을 넘어서서 그 아시아적 문제의식을 통해 세계적 보편성을 보여줄 수 있는가라는 기준에서 초청 작가를 선정했다는 큐레이터의 의도는 일정 부분 이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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