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birth of a dream

February 26, 2009

5월22일 베를린 포스트반호프 공연리뷰(KUBB, The Feeling, Razorlight)

Filed under: 공연 및 연주회 평 — Tags: , — yheejean @ 3:41 pm

2006년 5월 22일 베를린 포스트반호프 공연리뷰(KUBB, The Feeling, Razorlight)

 
 

다정다감한 개구장이 같던 베이시스트 칼 델리모(Razerlight) 그리고 친절하면서도 도통 말 수가 없었던 도미닉 그린스미스(KUBB의 드러머)와 이어진 두 번의 만남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새로 시작된 밴드의 불안과 희망이 섞인 두근거림이었다. 하나의 밴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우연의 일치가 필요하다. 백수 삼촌이 기타를 쳤다던지, 옆 반 음악을 좋아하는 여자애의 환심을 사고 싶었다던지 하는 우연들이 개인적으로 끝나지 않고 또다시 서로 마주쳐야 한다. 물론 밴드가 이렇게 저렇게 결성되었다는 사연들이 앨범내지(부클릿)에 실리면 (남의 연애가 그렇듯) 뻔하게만 들리고 만다고 해도, 우연과 그 우연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한 밴드가 만들어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시작된 밴드에 어느새 팬들이 모이고 급기야 아직 가보지도 못한 먼 나라 한국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장면.

 
 

 그들의 표정은 이런 저런 얘기를 쏟아내면서도 거듭 ‘우리는 얼마나 더 해낼 수 있을까?’ 혹은 ‘우리는 아직 들려주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불안이었든 희망이었든 간에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까지 함께 두근거리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이 점이야말로 대중음악 특히 락 음악의 특별함이다. 클래식 음악에서 많은 경우 음악을 전달하는 연주자(심지어는 그 작곡자)와 ‘음악 자체’가 구분되는 것과는 달리 락 음악에서 음악과 음악가는 그리고 아티스트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청중은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비이성적인 몰입이라고 폄하하기 전에 바로 그 몰입, 하나됨이 음악에 있어 얼마나 본질적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정보다 늦어진 인터뷰로 첫 번째 Boy Kill Boy의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동 베를린 지역의 공연장 포스트반호프(Postbahnhof)에 도착하게 되었다. 20여분의 세팅을 하는 동안 공연장을 둘러보니 보도자료대로 900여명이 넉넉히 들어설 만한 공간에 음료수 바, 건물 안의 넓은 정원이 연결되어 있다.

 
 

먼저 KUBB의 무대.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앨범이 팝 적이고 세련된 느낌이라면 그들의 라이브는 이들도 결국 밴드음악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집에서 휴식하는 느낌으로 듣던 곡들이 이렇게 찌릿찌릿한 락 넘버일 줄이야!  락 음악 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펜더 텔레캐스터와 깁슨 레스폴 스탠더드 기타, 그리고 비틀즈에서 퀸 그리고 U2까지 무수한 밴드들의 영국 특유의 사운드를 담당해온  Vox AC30 앰프가 무대에 보였다. 첫 연주 I Don’t Mind가 흐르는 동안 사람들은 어느새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음악에 열심히 반응했다. 보컬 겸 베이스기타의 해리 콜리어의 미성이 빛을 발한 Without You에서 Grow로 이어지는 선곡에서 여성청중 몇몇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 받기도 하였다. 듣다 보면 외워지는 Wicked Soul에 대한 뜨거운 반응도 볼 수 있었다. 앨범에서도 그랬지만 내게는If  I Can’t Have You와 Somebody Else가 특히 즐거웠다. 부드러움 이면에 감춰진 상처 혹은 악마성이 느껴진다고 할까?  첫 앨범에서 이미 달성한 대중성에 앞으로 어떤 깊이를 더해갈지 더욱 궁금해졌다.

 
 

 
 

 
 

… 프로모션 공연임에도 밴드에 따라 전 장비를 다 교체하는 철저함!  KUBB의 연주가 끝나자 복스 앰프의 자리에는 (역시 영국산) Matamp 두 대가 들어오고 “The Feeling”이라고 찍힌 드럼세트가 제 자리를 잡았다.

 영국의 인디펜던트 지와의 인터뷰를 보면 이 밴드는 자신의 정체성이 ‘팝’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무척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심각한 척 무게를 잡거나 쿨한 척 멋지게 구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팝음악을 하는 것에 목표를 두면서, 자신들은 팝 밴드일 뿐 ‘인디 밴드’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고 애쓰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런 설명을 하며 전혀 비꼬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그들의 음악이 정말 제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공연감상을 적자면The Feeling은 한마디로 무척 재미있는 밴드이다. 곡들의 짜임새에서나 라이브 모습에 있어서나 말이다. 6월에 발매될 예정인 첫 앨범 [Twelve Stops And Home]의 수록 곡들이 연주되는 동안 ‘이 익숙한 느낌은 무엇일까?’하고 묻게 되었다. 이미 싱글발매로 귀에 익숙한 곡들이 있어서일까?  내 결론은 (The Feeling이 고백하듯) 비틀즈, 수퍼트램프, 아하(A-ha)(!)와 같은 음악적 선배들의 팝 음악의 규칙들을 충실히 따랐다는 것이다. 위 밴드들의 음악이 쉽게 들리는 것 같지만 거듭 들어도 질리지 않는 것은 그 음악이 대중의 기대를 만족시키면서도 이를 상회하기 때문이 아닐까. ‘팝’이 대중적이라는 의미를 넘어 보편적인 수준에 이르는 것은 그래서 어렵다. The Feeling이 그 곳에 이를 수 있을까?  최소한 그들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는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자신들의 ‘함부르크 시절’에 해당할 업소 공연에서 밴 헤일런을 연주했던 것을 패러디라도 하듯Love It When You Call에서 Jump의 느낌을 영국식으로 소화하는 광경은 웃음을 자아낸다. Fill My Little World에서는 심지어 아카펠라까지 나온다. 섬세한 기타 스트로크에 부서질 것 같은 노래가 실리며 시작되는 Sewn을 ‘들으면’ 더 이상 이들의 재능을 의심할 순 없을 것이다. 거기에 그 연주를 ‘본다면’ 그들이 얼마나 역동적인 무대를 만드는지에 놀랄 것이다. 안무담당이 있음에 틀림없다는 농담(일까?)을 주고 받았을 정도로 이들의 라이브는 재미있다. ‘인디밴드’가 아닌 이상 다이빙이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해도.

 
 

 
 

 
 

The Feeling이 비틀즈를 존경한다고 하지만 그들보다 Razorlight가 비틀즈에게서 더 많이 물려받은 면모가 있다면 그것은 ‘시() 적’이라는 미덕이다. 유치하지만 굳이 나누자면 각각을 매커트니와 레논에 비교해 볼 수도 있겠다.  앨범을 들을 때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또 커다란 마샬과 레이니 앰프를 세워놓고도 오히려 Razorlight는 크지 않은 음량을 유지하면서 비교적 정적으로 공연을 이끌고 갔다. 그런데도 그 음악에 청중들이 갈수록 빠져든다. 아까까지 꿈쩍도 않고 무대를 바라보던 한 청년도 무엇에 홀린 듯 몸을 흔들어댄다. 진실 혹은 진심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락 밴드 보컬이면서도 밥 딜런과 자신을 비교했던 조니 보렐을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공연의 절반은 데뷔작 [Up All Night] 수록 곡으로 나머지는 곧 발표되는 2집 곡들로 이루어졌다. Vice, Rock’n Roll Lies, Stumble and Fall, Dalston, In the City 등의 기 발표곡들이 연주되자 처음으로 음악을 듣던 이들이 진짜로 ‘놀기’ 시작했다. 뒤이은 싱글 Somewhere Else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새 앨범의 곡들은?  글쎄, 앨범이 나오면 다시 들어보고 써도 될까?  워낙 정신 없이 지나가서 말이다.

레이저라이트(Razorlight) 인터뷰

Filed under: 공연 및 연주회 평 — yheejean @ 3:38 pm


 
 

레이저라이트(Razorlight) 인터뷰 (2006년 5월 22일 저녁 베를린 유니버설 스튜디오)

 
 

블로그주인 (이하 H): 한국의 핫뮤직 매거진이다. 반갑다.

 
 

칼 댈리모(Carl Dalemo, Razorlight 베이시스트, 이하 C): 반갑다.

 
 

H: 한국의 독자를 위해 간단히 밴드를 소개해줄 수 있을지?

 
 

C: 물론이다. 우리는 레이저라이트라는 영국 밴드이고 나는 베이스기타를 맡고 있다. 아직 한국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우리의 데뷔앨범이 발매되었다는 말은 전해들었다.

 
 

H: 당신 그리고 비언 오그렌(Björn Ågren 기타) 은 스웨덴 출신으로 들었는데? 

 
 

C: 맞다. 아까 영국밴드라고 했지만 브리티쉬-스웨디쉬 밴드라고 해도 될거다. (웃음)

 
 

H: 잠시후 오늘 저녁 베를린에서 다른 영국밴드들과 공연을 갖는데 밴드 분위기는 어떤가?

 
 

C: (스탭이 가져다 준 맥주을 들이키며) 아주 좋다. 독일공연이 처음이라 기대된다.

 
 

H: 처음이라니 정말인가?

 
 

C: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렇다. 우리 밴드가 영국에서 인정받은 후 다른 여러 나라에 공연을 갔었지만 가까운 독일엔 이제야 오게되었다.

 
 

H: 다른 나라라면 데뷔앨범 발표 전의 일본 공연 그리고 그후의 미국 투어 말인가?

 
 

C: 그렇다.

 
 

H: 말이 나온김에 2003년 일본 섬머 소닉 공연이 어떻게 성사된 것인지 설명해주면 좋겠다. 아직 싱글 발표도 없던 때 어떻게 일본 공연이 가능했나?

 
 

C: 우리 쪽에서도 공연 바로 두어주 전에 일본에서 전화로 요청이 들어왔을 때 깜짝 놀랐다. 다른 밴드가 출연을 취소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하더라. 당시 우리는 영국에서도 많아야 100여명 앞에서 연주를 했었는데 일본에서 야구경기장을 빌려놨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실감이 나질 않았다. 게다가 공연 시작이 오전 10시 30분이라니 말이다… 리허설 때문에 오전 7시에 현장에 도착했는데 이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이미 긴 줄이 들어서 있는거다.

 
 

H: 굉장하다!

 
 

C: 정말 그랬다. 큰 야구경기장을 만여명의 관중이 가득메우고 있는 한가운데 무대에 올랐다.

 
 

H: 조금 다른 의미에서 그야말로 ‘메이저데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C: 그렇다. 아마 우리 밴드에게 생긴 최초의 커다란 일(big thing)이 아니었다 싶다.

 
 

H: 그리고 곧 이어 영국에서 싱글과 데뷔앨범이 발표된 건가?  이 때 이야기도 궁금하다. 2번째 앨범을 발표하는 밴드에 대한 우문이 되겠지만 독자들을 위해 몇 가지 더 묻고 싶다. 우선 밴드명 Razorlight은 무슨 뜻이고 어떻게 정했는지?

 
 

C: (웃음) 그건 당연하지만 일본 공연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밴드명이 없는 채로 연습하다 이제 우리도 이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멤버들 마다 자신이 원하는 밴드명을 쪽지에 써내고 투표를 했는데 네명 의견이 모두 달라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합주광경을 캠코더로 찍던 매니져가 테입을 돌려보다가 <In the City> 뒷부분의 “it’s all right!”하고 외치는 구절이 “Razor-light”처럼 들린다는 거다. 듣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메니저의 제안처럼 모두들 밴드이름으로 멋지다고 생각했다.

 
 

H: 돌이켜보면 앨범 [Up All Night]이 영국음악잡지NME(New Musical Express) 8번째 베스트 앨범으로 선정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던 데뷔년도 2004년 이후2년이 흘렀다. 전작의 외적인 성공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전작의 높은 완성도가 새 앨범을 준비하는 데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는지?

 
 

C: 벌써 2년인가?   그중 1년반은 계속 투어를 다니면서 틈틈이 곡작업을 했고 그 후 새 앨범 녹음을 시작했다. 첫 앨범이 성공했다는 것에 우리가 만족했다기(satisfied)보다는 더욱 신이났다(excited)는 말로 답에 대신하고 싶다. 만족한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우리는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다.

 
 

H: 무척 기대된다. 이번 앨범 중 싱글 <In the Morning>을 들어보았다. 거칠은 활력이 매력적이었던 데뷔작에 비교하자면 세련되어졌다는 느낌, 달리 표현하자면 팝적이 되었다는 그런 인상을 받았는데?  곧 발표될 앨범의 음악적 방향을 이 곡으로 짐작해봐도 무리가 없을지?

 
 

C: 먼저 말해둘 것은 <In the Morning>은 1집이 완성되고 두달 후에 이미 첫번째 버젼이 완성됐다는 거다. 투어를 마치니 2집에 넣을 곡들의 대부분이 준비된 상태였다. 두번째 앨범이 데뷔앨범보다 사운드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더 다듬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은 [Up All Night]보다 훨씬 낫다!

 
 

H: 다른 멤버들도 그렇게 생각하나?

 
 

C: 물론이다. 멋진 앨범이 될 것이다.

 
 

H: 앨범의 제목은 정했나?

 
 

C: 아직이다. 자꾸 늦어지고 있는데 정말 며칠내로 결론을 내야 할 것 같다. 앨범아트웍 일도 함께 걸려있어서…

 
 

H: 아마도 또다시 매니져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C: (웃으며) 정말 그렇다. 그러고 보니 (나중에 앨범명이 된) <Up All Night>란 곡 제목도 녹음을 하며 밤을 새던 와중에 매니져가 제안한 경우였다.

 
 

(웃음)

 
 

H: 조금 화제를 바꿔보자.  죠니 보렐(보컬/기타)의 발언이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데뷔작 발표 전후에는 ‘밥 딜런보다 자신이 뛰어나다’라는 그의 발언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말이 있었고 최근에는 NME에서 우리는 Arctic Monkeys보다 낫다라고 했다는 식의 머리기사가 나왔는데 어떤가, 이런 논란을 혹시 보렐이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이들은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발언의 맥락을 제거한 채 이루어진 선정적 보도에 불과한가?

 
 

C: (진지한 표정으로) 물론 후자이다. 우리는 Razorlight라는 밴드로서 스스로 자신의 음악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자신감이 없으면 음악을 계속 할 수 없다. 이런 발언이 다른 밴드나 음악인을 폄하하는 말로 곡해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당신도 읽어봤겠지만 NME와의 인터뷰에서 보렐은 Arctic Monkey의 음악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H: 인터뷰에서 그 점을 확인하고 싶었다. 당신들의 전미투어 중 샌프란시스코에서 공연을 마친 후 보렐과 인터뷰한 내용을 읽어보았는데 당시 기자도 보렐이 일부 매체에서 만들어 왔고 영국 등지의 팬포럼에서 통용되는 이미지와는 달리 사교적이면서도 솔직한 면모를 보이는데 놀라고 있더라.

 
 

C: (웃으며) 보렐이 들으면 좋아하겠다.

 
 

H: 혹시 오늘 공연에서 <In the Morning>이외의 새 앨범의 신곡들을 들을 수 있는가?

 
 

C: 그렇다. 당신도 공연장에 오는가?

 
 

H: 물론이다. 무척 기대하고 있다. 혹시 한국에 공연 혹은 프로모션을 올 계획은 없는지도 이참에 묻고 싶다.

 
 

C: 아쉽게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아직 그런 일정은 들은 바 없다. 다만 앨범 발표 후 올해 하반기에 일본에 공연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 확정된 것은 아니다.

 
 

H: 좋은 공연 그리고 무엇보다 새 앨범의 성공을 바란다.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C: 나도 즐거웠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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